성적 자기결정권 이라는 말을 들어 본적 있나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결정할 권리라고 풀어 쓰면 좀 더 이해가 될 겁니다. 성 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좀 거리가 느껴지나요. 성행위나 결혼, 임신 같은 일은 모두 성인이 된 다음에 해야 하고 청소년 시기에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지요. 이런 말은 청소년 에겐 성적 자기 결정권이 없고 성인이 되어야만 갖게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하지만 성적 자기 결정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 갖는 천부인권이고,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으로 당연히 청소년 에게도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 라고 명시합니다. 여기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란 국가나 타인의 간섭이나 강요를 받지 않고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권리를 의미합니다.
조선 시대만 해도 태어나는 순간에 신분이 결정되어 평생 그 신분의 틀 안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글을 배우고 싶어도 천민은 배울 기회가 없었지요. 직업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고 어떤 옷을 입고, 머리모양은 어떻게 할지도 다 정해져 있었습니다. 반면에 행복 추구권은 자율적으로 나의 삶을 살아갈 주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사회의 제약이나 금지 없이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찾기 위해 시도하고 노력하는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다른말로 하자면 자기 운명 결정권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 인생은 나의 것 이라는 뜻입니다.
자기 운명 결정권에는 굉장히 많은 것이 포함 됩니다. 여러분이 대학 진학을 할지 말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이사를 갈지 이민을 갈지, 어떤 머리모양을 할지 등등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 다 여기에 포함됩니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죽음을 앞두고 병원에서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하지 않도록 나는 나의 연명 치료를 거부한다. 라는 내용의 문서를 남길 수 있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존엄하게 자신의 죽음을 맞겠다는 결정도 자기 운명 결정권에 속하고, 이를 사회가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결정권에는 사랑과 연애, 결혼과 임신, 출산, 성행위 여부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성적자기결정권은 인권이자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아동이나 , 청소년이나, 노인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왜 우리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연애도, 섹스도 하지 말라고만 하는 거야라는 의문이 생길 겁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어려워하는 건 성적자기결정권을 마음대로 섹스할 권리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면 청소년들이 섹스를 마음대로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청소년 들이 임신이나 임신중절, 성병 감염 등의 위험에 빠질 거라고 상상하는 거죠. 그래서 청소년 에게도 권리가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청소년은 미숙하니 권리 행사를 유보하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장합니다. 권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인데 청소년으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너무 큰 책임을 져야하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봐 염려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말은 마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더 안전해 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네요. 정말 그럴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권리입니다. 또 태어나면서 바로 갖게 되는 첨부인권이므로 인권은 나의 의지로 그 권리를 꺼내 썼다가, 다시 뒤에 감추어 두었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 유보란 그 권리의 속성상 불가능한 일이고 그 권리를 침해하는 태도일 뿐입니다. 이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 사용을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청소년이 자신에게 더 좋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안전하고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