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스탬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첫째, 식당주인은 인건비를 절약했습니다. 꼬박 꼬박 월급주며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둘째, 배달 노동자 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벌 기회가 열렸습니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게 아니라 자신이 일한 만큼 수수료를 받는 시스탬 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예전에는 비용문제로 배달 주문을 받지않던 음식점 들도 이제 그 방식을 이용하니 소비가가 그만큼 더 편리해 졌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집에서 편안히 배달받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스탬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유명해 졌습니다. 언론에서 배달혁신 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음식을 배달하다 다치는 노동자가 이전보다 많아졌고 심지어 목슴을 잃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교통 신호를 지키지 않고 과속하는 배달 노동자들이 많아진 것 입니다. 고객에게 더 빨리 배달하는 노동자가 성과가 좋다 라고 평가받는 시스탬 이기 때문입니다. 즉 목숨걸고 더 빨리 오토바이를 몰아 배달 해야만 인공지능에 의해 우수 배달원 으로 분류되어 배달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는 것 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배달원들은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 입니다. 특수 고용직으로 분류되어 1인 사업자 신분으로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1인 사업자란 본인이 사장이자 직원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특수 고용자라는 건 기존의 고용관계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뜻 입니다.
모든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다치면 치료 받을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8조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에서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수 라는 말이 붙은 노동자들은 월할때만 일을 하고 또 일한만큼 돈을 벌수 있다는 이유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앞서 김훈 작가가 목격한 것 처럼 배달원이 노동중에 끔찍한 사고를 당해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않는 것 입니다. 근로자가 단 한사람이라도 있는 모든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니오써 노동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산재보험을 통해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해당 노동자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면 회사는 아무런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겁니다. 돈벌이가 시급한 노동자 들은 자기 권리에 대해 일일히 주장하지 못한채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일을 시작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본인이 해결해야 하고, 병원비도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이 모든것이 관리시스탬이 효율적으로 운영된 좋은 사례처럼 소개되었습니다. 즉 비용이 절감되고 이윤이 증가 하기만 한다면 노동자가 어떻게 다뤄지든 상관없는 일종의 상품이 되어버린 것 입니다.
음식점 이나 가계에서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되고 배달원이 어디에 소속될 필요가 없게 된 것은 수만명의 배달원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는 디지털 기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동관계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 바로 플랫폼 노동입니다. 새로운 판에서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맺고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원칙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는 자신의 근무시간을 이전의 노동자들 보다 더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얼핏 세련된 스시탬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노동을 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위험한 일이니 그만두면 되잖아"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이미 변화된 시스탬에 길 들여져 있다는 겁니다. 신속한 배달을 좋은 서비스로 이해하고 배달이 늦으면 자신의 권리가 침해 받은것 처럼 항의하는 사람이 많아진건 이런 배달 시스탬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노동기구 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해 1919년에 창설 되었습니다. 이때 합의한 원칙중 하나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라는 것 이었습니다. 과거 찰리 채플린은 노동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 분노했는데, 현대 사회는 어떠한가요. 배달 노동자가 음식을 배달하다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면 그것이 과연 손쉽게 쓰고 버려지는 상품하고 무엇이 다를까요. 디지털 기술은 인류의 삶을 발전 시켰습니다. 이제 그런 기술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사고싶은 물건을 1초만에 가격 비교 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편리함에 길들어 가는동안 누군가의 사생활은 침해받고 있으며, 어떤 노동자는 당연한 권리마저 보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 할 방법은 궁리하지 않고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그저 감탄만 한다면, 과연 좋은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