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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거꾸로 돌리기
Counterclockwise
‘젊다고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생활할수록 더 건강해진다."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Counterclockwise) 실험을 했다. 1981년 34세 나이에 하버드대 최초로 여성 심리학과 종신 교수가 된 엘렌 제인 랭어(Ellen Jane Langer, 1947년~) 교수.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주일 동안 활기찬 생활을 할 대상자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1979년 70대 후반~80대 초반의 남성을 모집했다. 심리적 시간을 되돌려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실험 목적이었다.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없는 수도원을 숙소로 했다. 보호시설이 아니라 1959년 시골 여인숙같이 꾸몄다. 이전 생산된 TV·라디오/신문/가구/집기 등을 배치했다. 방송과 보도 내용 모두 1959년의 것이었다. 누가 봐도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살 수 있는 노인들로 8명을 선발했다. 대부분 장성한 자녀와 살며 집/방 모두 자신의 소유가 아니어서 집/방을 꾸밀 결정권이 없었다. 요양원에 있던 노인은 모든 것을 요양원 직원이 결정하는 환경이었다. 기력, 시력, 식욕이 떨어지고 계절에 무감각해서 제철 옷을 입지 않아 곧잘 감기에 걸리는 상태의 지원자도 있었다.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 하나는 1959년으로 돌아가 사는 것. 추억 회상이 아니라 1959년 당시 자신의 모습으로 지내라는 것이었다. 대화도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 시제로 했다. 읽을거리, 가족사진 등도 1959년 이후 만든 물건은 일체 지참할 수 없다. 대신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사소한 물건 하나를 챙겨 오도록 했다. 자기소개서도 1959년 현재 시제로 작성하고 사진도 그 당시 것을 붙였다 ■ 또 다른 조건은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대부분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는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생활하라는 것이었다.
입소 다음 날부터 신체적으로 건강한 변화가 관찰됐다. 면접에 부축받고 온 노인도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짚고 행동은 느리지만 스스로 가사를 했다. 1959년 스포츠 경기, 마릴린 먼로 출연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본 후에는 흥분 했다. 10년만 젊었어도? 한숨만 내쉬는 것이 아니라 20년 전의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신체적 변화를 수치화하여 노화의 생물학적 지표를 만들려고 했다. 노인을 사회적 나이를 기준으로 삼을지 몰라도 의학적으로 가늠하는 지표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면 과학적 수단을 동원해도 한 사람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결국 교수는 정신과 신체 변화 판단을 위해 체중, 민첩성, 유연성, 시력, 미각, 지능, 기억력, 외모 등을 실험 전후로 비교하여 측정했다. 실험 가운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측정했다. 평가도 일과처럼 자연스럽게 했다. 별도로 비교할 시험 대조군도 뒀다. 비슷한 연령대로 1959년의 일을 회상하며 지내도록 했다. 단지 나머지 모든 것은 1979년 현재로 하여. 1979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했다.
실험 종료 후 두 그룹 노인 모두 청력과 기억력이 좋아졌다. 관절 유연성, 손가락 길이, 손놀림, 악력도 향상됐다.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개선됐다. 선 자세가 꼿꼿해졌고 이전보다 빨리 걸었다. 대화와 협동 모습도 늘었다. 사진을 찍어 실험 전과 비교해 보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다. 전원이 실험 후에 더 젊어 보인다고 답했다. 몸은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다. 그런데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더 큰 변화를 보였다. 행동 반응, 지능검사 결과가 44%, 63%로 차이가 캈다. 귀가하는 날 대학원생들이 미식축구공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노인들은 의욕을 보이고 실제로 가담했다. 이 실험 결과는 의학저널에 발표할 수 없었다. 대상자가 소수고 기간도 짧아 다양한 변수가 있어 과학적 연구라기에는 모자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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